덴마크 뉴스

뉴스 _ 덴마크 집권 정당들간 최고 소득세율 인하 요구 및 갈등 _ 2016년 9월 2일

덴마크연구소장 2016. 9. 3. 05:17



며칠 전 화요일(8월30일) 덴마크 정부(Venstre Regering)가 2025년까지의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각 정당의 반응이 연일 TV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 아침에 덴마크 전문 뉴스채널인 TV2 뉴스에서 나왔던 내용 중 하나는 덴마크 정치권에서 최고 소득에 대한 소득세율( topskat ) 인하에 대한 입장 차이로 현 집권 정부를 지지하는 정당 가운데 2개의 정당 간에 갈등이 있다는 것이다. 


자유연합당(Liberal alliance, 발음_리버갈 어라이언스)은 최고 소득에 대한 소득세율을 최소 5%이상 인하해주지 않으면 현정부를 불신임(?)하겠다는 입장이고, 덴마크민중당(Dansk Folkeparti, 발음_덴스트 폴크파티)은 최고 소득에 대한 소득세율 인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재 덴마크 정치권에는 8개의 정당이 국회의원을 배출하여 활동하고 있다. 전통 우파 정당인 보수당(Venster, 발음_벤스트거)이 정부를 구성하고 있고(모든 장관을 보수당에서 냈다는 의미), 보수당에서 배출한 총리 라스 뢰거 가스무슨을 덴마크민중당, 자유연합당, 전통민중당(Det Konservative Folkeparti, 발음_디 콘세아바티우 폴크파티) 3개의 정당이 지지함으로써 정부 유지의 기반이 되는 (국회의원 총수 179명 중 과반수인) 90명을 확보하여 현 정부가 성립되어 있다. 


우파 정당 중 한 정당이라도 총리인 라스 뢰거 가스무슨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 현 보수당 정부는 의원 수 90명의 지지를 잃게 되어 정부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덴마크 정치는 새로운 판짜기로 새로운 정부를 구성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현재 자유연합당은 라스 뢰거 가스무슨을 향해 최고소득세율을 최소 5% 이상 인하해주지 않으면 정부를 뒤집어 엎어 버리겠다는 최후 통첩을 하고 라스 뢰거 가스무슨이 이끄는 보수당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총리 배출 집권 정당인 덴마크 보수당은 자유연합당의 최후 통첩에 대해 최고소득세율 5% 인하라는 답변을 할 것인가? 만약 현 덴마크 정부가 임기내에 최고소득세율 5% 인하를 결정하지 않으면 자유연합당은 정말 정부를 뒤엎을 것인가? 그렇다면 복지 등 쓸 돈도 많은 데 최고소득세율 5% 인하는 절대로 안된다고 주장하는 덴마크 국회위원 배출 수 기준 제2대 정당인 덴마크민중당의 입장은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 이런 것이 오늘 자 덴마크 정치를 관전하는 포인트 중 하나다.


[주석] 현재 덴마크 의회에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당은 8개 정당이다. 쉽게 요약해서 덴마크 정당은 좌파 정당 4개와 우파 정당 4개로 구성되어 있다. 절대적인 분류는 아니지만 현재는 그렇다. 좌파 정당 4개가 획득한 의석수가 90석이 넘으면 좌파 정당 중 한 정당에서 내세운 총리가 정부를 이끌게 되고, 우파 정당 4개가 획득한 의석수가 90석이 넘으면 우파 정당 중 한 정당에서 내세운 총리가 정부를 이끌게 된다. 2015년 선거에서 우파 정당 4당이 90석을 획득하였고, 이들이 총리로 보수당의 라스 뢰거 가스무슨을 지지함으로서 라스 뢰거 가스무슨이 이끄는 보수당 정부가 탄생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반대파인 좌파 정당 4개가 획득한 의석수가 89석이라는 것이다. (실지로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내일이라도 우파 정당 중 한 정당만 변심을 하여 좌파 쪽으로 붙으면 좌파 정당이 90석 이상을 확보하게 되므로 좌파 정당 가운데 배출된 총리가 이끄는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집권 우파 4개 정당 중 의석 기준 서열 3위의 의석수를 가지는 자유연합당이 총리에게 최고세율 5%인하를 결정하지 않으면 현정부를 무너뜨리겠다는 발언을 할 수 있는 배경은 이러하다.


[주석] 덴마크에는 절대 과반 정당이 존재한 적이 없다. 8개 정당이 어떻게 합종연횡하느냐에 따라서 내일이라도 당장 집권 정부가 뒤집어 질 수 있는 역동성에 놓여 있는 것이 덴마크 정치다. 


래의 표에서는 2015년 선거 결과로 얻은 덴마크 각 정당별 의석수를 살펴 볼 수 있다.    


( 출처 https://da.wikipedia.org/wiki/Folketingsmedlemmer_valgt_i_2015 )


위의 표에서 mandater는 '의석수'로 해석된다.


최고 의석수를 자랑하는 좌파 정당인 사회민주당(Socialdemokraterne)의 의석수도 2015년 현재 47석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덴마크에서 어떠한 입법이 의회를 통과하려면 최소 90명 의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위의 표를 들여다 보면 현재 행정부를 구성하고 있는당인 보수당(Venstre..사실 해석을 똑바로 하면 '좌파당'이지만 혼동을 초래할 까 두려워 보수당으로 번역하였음)의 의석수도 34석에 불과하다는 기가 막힌 사실을 알 수 있다.


34석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보유 국회의원수 3위의 정당이 총리를 배출하고 행정부를 이끌며, 국회에서 매번 정책을 입안하고 통과시킬 때 마다 90표를 얻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협상하고 또 협상해야 하는 것이 현 시기 덴마크 정치다. 


비록 총리를 배출하여 행정부를 구성한 정당이 총리를 배출하기 위한 90석의 지지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총리 배출을 위한 지지일 뿐 모든 미래의 입안 가능 법률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든 정당은 개별 법안에 대해서 지지할지 말지를 매번 별도로 판단하여 움직이다. 우파 정당으로 구성된 행정부가 제안한 법이라도 우파 지지당들이 거부할 수 있고, 이 때 우파 행정부는 좌파 정당 4개 중 몇개 당의 지지를 구하여 90수를 넘겨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는 것이 덴마크 정치다.


국민들은 과반수 공룡 정당을 만들지 않고, 그로 인해 매 법률 입안시마다 과반의 지지를 얻기 위해 무던히 홍보하고 협상하고 뛰어다닐 수 밖에 없는 정치 풍토, 반대 성향의 정당이 만든 법안도 옳다고 여기면 바로 지지하는 정당 문화, 유사한 성향의 정당이 만든 법안도 아니라고 여기면 바로 반대하는 정당 문화가 있는 곳이 덴마크 정계다.


[덴마크 정계에 대한 필자의 인상]

양당 정치를 지향하는 한국 정치, 미국 정치 뉴스만 들어오던 필자에게 덴마크 거주 후 접하게 된 8개의 정당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협상하는 덴마크 문화는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과반 정당이 안되면 상대 정당에 발목 잡혀서 정상 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는 뉴스를 평생을 듣고 자란 필자에게 과반 정당이 존재한 적이 없는 정치 문화는 얼마나 신선했던지 모른다. 과반은 커녕 4분의 1도 안되는 의석수의 정당으로 모든 장관을 배출하고 행정부를 이끌면서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연일 총리가 직접 뉴스에 나오고, 장관들도 시사 토론 프로그램 며칠이 멀다하고 등장하여 사회자와 대판 논쟁을 벌이는 장면은 누가 옳고 그르지를 떠나서 통쾌하기 까지 했다.


한국도 장관들과 대통령이 직접 TV에 나와서 직설화법으로 토론하면 좋겠다.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적으로 말하고 결과는 그냥 표로 심판받으면 되지 않는가. 대통령, 장관, 정치인들이 선문답 같은 인터뷰를 하면 다음날 정치부 기자들이 그 말은 이런 것을 의미하지 않겠느냐는 주석을 달고, 그 주석에 대해서 또 주석을 달아서 원래 정치인이 정말 무엇을 말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바보 같은 상황에 한국인들이 더 이상 노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덴마크 TV에서는 총리 또는 장관이 대학교수, 교사, 일반인 등과 나란히 서서 똑같은 질문에 노출되고 논쟁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장면을 보다 보니 대변인이 아니면 자기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장관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기가 말하는 무엇이 누군가의 해석을 통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애매모호 화법을 구사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는 사람들이므로 정치를 않으면 좋겠다고 진정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덴마크 정치도 완벽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 정치도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필자가 지금까지 관찰한 것은 적어도 덴마크 정치판은 어떤 정치인이 내뱉는 발화를 모 신문의 (대)기자가 해석해 주지 않으면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그런 말로 문답이 오가는 정치판은 아닌 것 같다. 방송에서 바로 들으면 찬성 또는 반대의 감정이 바로 유발되는 직설화법이 한국보다는 더 많이 쓰이는 정치문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방송을 보면 사회자 또는 기자들도 아주 직접적으로 파고 들어간다. 그 정치인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사회자가 해석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서 그 정치인 입을 통해서 메시지가 발화되도록 치고 들어간다. "당신이 말하는 것이 이것인가요?", "아니면 이것인가요?" 한국이라면 혹시 "그 기자 아주 무례하게 질문한다"고 말이 나올 정도로 신랄하게 질문한다. 언론은 신랄하게 질문하고, 정치인은 직설적으로 발언하고, 심판은 선거에서 표로 받는 정치 문화. 아무튼 이런 문화 때문에 적어도 덴마크에서는 토론과 설득에 능하지 않은 사람이 총리 또는 장관이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필자 생각에 한국이 각 분야에서 똑똑한 장관을 얻는 방법은 어렵지 않은 것 같다. 장관들을 신랄한 토론이 이어지는 TV에 계속 내보내는 문화를 만들에 내는 것이다. ("의원님, 장관님께 이런 질문 해서 죄송합니다만 혹시 답변 가능하시다면...?" 이런식의 어색한 존중과 선문답이 오가는 TV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 되면 대안 없고 설득 능력 없는 사람들은 애초에 TV 출연이 무서워 장관되기를 고사하지 않을까 저으기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핵심을 말해볼까 한다.


덴마크에서는 정부가 어떤 법을 입안하고 국회에서 투표로 의결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하는 경우, 그 발표가 있는 당일 저녁 또는 다음 날 아침 관련 부서의 장관이 직접 주요 뉴스에서 사회자들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에 답변하는 장면을 보는 것이 일상적이다. 


필자는 이런 장면이 언젠가 한국 TV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장면이 된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