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덴마크어에 욕은 있어도 반말은 없다.

덴마크연구소장 2017. 2. 11. 02:02


덴마크어를 배우다가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덴마크어는 존대법이 그리 발달한 언어가 아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하대법 또는 반말도 발달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세대를 초월한 의사소통이 한국보다는 원활해 보인다.


적어도 

덴마크어에서는

탄핵해야 할 대통령에게

"대통령님은 하야하십시요."

또는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말씀자료"라고 하는 등

존대법과 관련된

해괴하고 어색한 표현을 찾아볼 수 없다.


덴마크어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옆집 할아버지를 친구로 사귀게 되면서

나는 그 할아버지가 

나와 함께 있을 때 

자신의 지인들을 만나면 

나를

"한국에서 온 내 친구"라고 소개하는 모습을

체험하게 되었다.


옆집 할아버지는 나를 만나면

"안녕 내 친구(Hej, min ven!)"라고

말한다.


나의 옆집 할아버지를 만나는 느낌은

한국에서 연장자를 대할 때의 느낌과는

너무나 달랐다.


참고로

내 친구인 옆집 할아버지의 나이는

올해로 90세가 된다.


나는 오늘 네이버를 검색하다가 

놓치기 싫은 문장을 만났다.

경향신문에서 장강명이란 소설가를 인터뷰한 글 중

장강명씨가 한 말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언제나

다른 누군가가 하고 있는 말이거나

어느 책에선가 이미 쓰여진 말이었는데

나는

이번에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래에 그 문장을 소개한다.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3&oid=032&aid=0002763780


나는

내 인생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사회적으로

바닥에 위치했다고 생각된 순간이 있다.


군대 이등병 시절(훈련병 포함)이다.


무엇이

가장 

나를 아프게 했을까를

간간히

생각했었는데

덴마크에서

살다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것은 반말이었다.


참고로

나는 한국나이 30살에

군대를 갔다.

이등병으로.


나보다 나이가 어렸던

일병, 상병, 병장, 하사, 중사, 소위, 중위, 대위 등으로 부터

듣는 반말은

그것이

욕과 섞여서 날아오기라도 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모멸감으로

나를 

짖눌렀다.


덴마크어에는

반말이 없다.


사실 영어도 마찬가지다.


나는

학교 다닐 때

국어 시간에

선생님들이

"우리나라는 존대말이 발달한 언어다."고

말할 때

나는 그것이 우리말이 지닌

엄청난 강점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


세월이 조금 지나고

내 인생을 돌아보고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느끼게 된 것은...


지나치게 발달한 존대말_존대법으로 인하여

지나치게 발달한 반말_하대법이 있게 되었구나

이러한 필요 이상의 존대법과 하대법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왜곡시키고

때로는

사람에게

특히 조직 서열상 아래에 위치한 사람에게는

모멸감과 상처를 주기 쉽게 작용하는 구나

하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대통령님은 하야하십시요."

"말씀자료"


이런 말도 안되는 표현들을

날마다 접하게 되면서

속상하게 되는 것도

우리말의 존대법과 하대법에 

그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것을 

이제 나는

깨닫게 되었다.


소설가 장강명은 이렇게 말한다.



소설가 장강명은 '모든 사람에게 존대말 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 운동이 어떻게 벌어지는 지는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그가 가진 문제의식에 동의하고

그가 벌이는 어떤 운동이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나의 궁극적인 바램은

한국어가

존대법도 하대법도 없는

대등한 관계간의 수평한 구조의 언어로

바뀌는 것이다.


'존대법이란

필연적으로

하대법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마음만 먹으면

하대법을 쓸 수 있는 언어 구조를

알고 보면

존대법이란 것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